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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펙스 1분기 회고

2024년 1분기 베스펙스 내 회고들을 개인적으로 적어놓은 글입니다.
2024년 1분기에는 베스펙스의 신사업인 연인-가족 타겟 공유 헬스케어 캘린더 “시그널”이 의미있는 성과를 보인 분기입니다.
CPI 500원, W1 Retention 63%, 출시 3개월만에 1만 다운로드 달성 등, PMF의 맛을 본 분기라고 할까요.
시그널은, 커플 캘린더에서 함께 걸음 수, 식단, 운동, 주기 등 캘린더 기반 건강정보까지 관리되는 서비스를 향해 오늘도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성과는 모두 다 여성호르몬 진단 기술과 다양한 AI 기술개발, 의료기기 허가심사를 함께 핸들하고 있는 10명의 맨파워가 만든 결과인데요.
새로운 것을 만드는 팀은 그게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스타트업이건, 맨파워가 전부입니다. 그렇기에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성공으로 이끌어와야 하는 미션을 지녔던 저에게는, 늘 맨파워를 평가하고 끌어올리고 운영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1분기 회고에는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맨파워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더 길 것 같습니다.
이번 분기, 고생해주시고 조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1.
처음에는 그물 그 다음에 뜰채 그 다음이 작살
슬기로운 연인들의 공유 캘린더 “시그널”은 현재 커플 캘린더 기반의 다양한 정보 공유를 시작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4300만 다운로드의 공유 캘린더 서비스 “타임트리”의 커플, 부부 특화된 시장을 뾰족하게 타겟하여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요.
그런데 처음에 시그널은 공유 캘린더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커플판 “슬랙+구글 캘린더”에 가까웠고, 종합 커뮤니케이션 - 헬스케어 서비스에 가까웠습니다. 정말 종합적으로 타겟에게 필요할 것 같은 틀만 만들어 내놨습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보니, 왠걸 캘린더가 터졌습니다. 캘린더의 사용률이 전체 유저 수 중에서 80%에 육박하고, 이 캘린더를 자주 쓰는 사람들이 메신저의 리텐션도 견인하고 있었습니다. 광고 소재 중 늘 CPI를 500원대까지 끌어 올리는 위닝 소재는 커플들의 공유 캘린더, 시그널이라는 이름의 소재였고요.
이유를 뜯어 보니 사실 커플들이 쓸 만한 다양한 앱들 중 주류에 속하는 메신저, 다이어리, 캘린더, 디데이 등 중 다른 서비스들은 모두 메가 플레이어에서 커플 타겟으로 키워드가 분화된 서비스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카카오톡-비트윈, 다이어리-썸원, 럽다, 디데이-커플 디데이 등이요. 그러나 커플 공유 캘린더만큼은 타임트리에서 분화된 서비스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타임트리는 가족, 커플 고객이 70%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많은 고객을 공략해야 하기 때문에 제너럴한 타겟팅과 기업으로 뻗어나가고 있죠. 분화되지 않은 키워드의 시장이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커플들의 효율적인 슬랙+캘린더” 이라는 그물에서 “커플 특화 공유 캘린더” 라는 뜰채로 무기를 전환했고, 지금은 유료화라는 작살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MVP와 린 스타트업, Do things that don’t scale(맞나요?) 라는 말을 신봉하며 아주 작은 타겟 먼저 샤프하게 공략하는 프로덕트를 내놓는데요. 사실 틀렸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저희는 ‘그물’을 최대한 많은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1.5개월만에 린하게 먼저 만들었고, VoC와 데이터를 통해 파인 튜닝하여 점점 작은 성공을 거둔 케이스입니다.
2.
PCF(Product-Customer Fit) 아닌 PMF (Product-Market Fit)
위에 언급했듯이, 저희는 처음에 ‘그물’을 최대한 많은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고객 인터뷰를 많이 하고 고객의 목소리만 무조건 반영한다고 좋은 제품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 그림과 같이 말이죠.
모두의 목소리를 반영한 이런 아이폰은 누가 쓸까요
여하튼, 베스펙스는 다양한 경쟁사 지표분석, 시장분석, 그리고 고객”관찰”을 통해 고객이 모인 “시장”의 핏을 맞추는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1분기였던 것 같습니다.
우선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여성 헬스케어를 가장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입니다. 그렇기에, 여성 헬스케어를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그리고 효용성 있게 쓸 타겟을 먼저 가장 여성과 신체적, 사회적 상호작용이 많이 일어나고, 건강 관리 니즈와 동기부여 정도가 높은 “커플”로 잡았었죠.
그리고 뜯어보니, 이 커플들 중에 커플 앱을 많이 쓰는 세대는 시장 데이터를 보니 흥미롭게도 25-35 세대였습니다. 아마 모바일 붐 시대에 터져나온 커플 앱들을 가장 많이 써본 세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편 이 세대의 특징을 관찰하다 보니, 일단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바빴고, 결혼 적령기다 보니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나, 시중 앱들은 모두 1020 타겟이다 보니, 모두 아기자기한 디자인들에 재미와 추억 쌓기 위주의 기능들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바쁘고 성숙한 이들에게 보다 더 슬기로운 관계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앱의 형태를 떠올리다 보니 슬랙과 구글 캘린더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활동을 하게 해서 일상적인 “시간”을 끌어오고, 이 “시간” 속에서 헬스케어가 포착할 수 있는 순간을 점유한다가 목표였고요.
“가장 효율적인 메신저 & 캘린더”의 틀을 협업 툴의 UX를 차용해서 만든다면 타겟 고객의 채워지지 않는 니즈가 반응하지 않을까 라는 가설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초기의 커플판 슬랙, 시그널입니다.
시장 조사는 사실 인터넷에서 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커플들끼리 대화하는 양상을 엄청나게 전 팀원들이 많이 관찰하고, 경험하면서 분석했습니다.
“뭐해?”, “오늘은 약속 있어?” “언제 만날래?” “누구랑 먹는 거야?” 등 불필요하고 답장 오랫동안 안오면 서운하고 비효율적인 핑퐁을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내하고 있었죠. 사실 그냥 업무라면 무조건 비효율은 없애려고 할 텐데요.
연애가 정말 효율적이어야 하냐. 너무 TJ스럽다. 라는 내부적인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믿고 있는 하나의 가정은, 사랑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이라는 것입니다.
서운함, 답답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막고 최대한 적절한 정보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필요하다라는 공통된 생각 아래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고 있고, 실제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3.
사용자 목소리는 듣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답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의 말에는 답이 없고, 모든 것은 그들이 진짜 행동한 데이터로 증명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실제로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검증의 과정 or 남이 검증해놓은 과정에서 나타나구요.
저희는 지속적으로 매일, 서비스를 칭찬해주시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내어주시는, 너무도 고마운 VoC를 먹으며 자라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무조건 VoC를 따른다기보다는 어떤 것을 먼저 출시하고 어떤 것이 가장 고객에게 필요할까를 늘 고심하며, 눈먼 장님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베스펙스는 열심히 개발중입니다.
모두,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4.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인력이란 특정 영역에서의 역량은 기본. 핵심적으로 주인의식에서 차이나는 사람이다.
서비스 이야기에서 넘어와서, 이제는 맨파워의 이야기를 좀 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1분기에 다시한번 배운 것들인데요. 모든 배움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수면 위로 올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말도, 직접 상황으로 겪으니 더욱 더 내 것으로 다가옵니다.
핵심인력이 가져야 할 주인의식은, ‘이 회사의 직분, 직급, 지분 따위의 것이 내 것’ 이라는 소유의식보다 ‘Me Last(내가 마지막 보루)’, ‘Me First(내가 먼저 솔선수범)’ , ‘We First(나보다도 일단 회사가 먼저)’ 이라는 책임의식임을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소유의식이 책임의식보다 커지거나, 책임의식에 본인의 역량에 대한 정확한 메타인지가 안 된 상태로 접근하면 늘 문제가 커지는데요. 다시말해 본인을 과대평가하고 실제 역량과 자세 이상의 보상을 당연하고 나이브하게 바라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도 또한 다시한번 되새깁니다.
이는 진짜 책임감 기반의 자신감 있는 사람과 다르고, 이걸 가르는 게 사람 보는 눈인 것 같습니다.
또한 팀원 본인의 역량을 명확하게 메타인지 시키고,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사람 기르는 리더인 것 같고요.
위의 주인의식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먼저 회사의 핵심 책임자인 본인의 시간과 리소스, 회사의 스톡옵션으로 보상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5.
“이런 내가 일해 준다” 는 능력자는 필요 없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고자세의 능력자는 초기에 서비스를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
당연히 많은 연봉을 요구할 것이고, 많은 대우를 요구할 것입니다. 많은 분란을 만들 것이고요.
“함께 키워 보자” 고 접근하는 능력자는 찾기 힘들지만,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능력자를 모시기 위해 창업자는 이 회사를 매력적이게 보일 만한 지표를 홀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지표가 매력적이었을 그때, 홀로 만드느라 부족했던 부분들을 도와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6.
진솔함이 최고의 전략이다.
어떤 회사나 어떤 조직이나 “피플 다이나믹스”가 있습니다. 특히나 스타트업은, 욕망이 드글드글한 곳이니까요.
많은 수싸움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큰 명분과 신뢰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진솔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큰 목표가 자리잡은 스타트업에서만 두고 보았을 때, 그 큰 목표에 우리가 왜 집중해야 하는지, 어떤 도움을 청하는지, 왜 청하는지에 대해 진솔하게 요청한다면, 결국 많은 이해관계와 편견을 깨고 통할 수 있는 것도 같습니다.
개개인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으로 잠재력을 발굴하고, 그들을 한 뜻으로 모으는 힘은, 그래서 결국 진심과 진솔함이 아닐까 느낍니다.
모든 이들이 방식은 다르더라도 같은 꿈을 꾸게 하는 것. 한 팀이라는 인식을 늘 진솔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7.
씨 뿌리기는 한 2분기 뒤에 입질이 온다.
핵심인재 채용에 있어 핵심은 “씨 뿌리기” 인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을 구하고자 계속해서 얼굴을 비추고 회사와 나를 팔고 다니면, “입질” 정도는 반드시 한 2분기 뒤에 오는 것 같습니다. 운이 좋다면 타이밍이 맞아 뜻을 함께 할 수도 있겠죠.
가장 핵심은, 결국 밖에서도 회사와 나를 잘 포장해서 전달할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고, 늘 적극적으로 인재와 가까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퇴사를 예측할 수 없지만, 한명 한명의 빈자리가 클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회사의 빈자리를 메꿔주는 건 물론 창업자이지만, 창업자가 뿌려놓은 씨가 될 수도 있죠.
8.
인생은 혼자일 수 있지만, 창업은 혼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그래 결국 혼자 사는 거지”를 말하고 다닐 때도 있지만, 결국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라고 느껴집니다.
창업도 마찬가지로, 어떤 유형의 창업자던지 완벽한 창업자가 없고, 만약 있다면 본인의 부족한 부분과 월등한 부분을 명확히 메타인지하고, 이를 채워줄 다른 역량의 사람을 정확히 골라내는 눈이 있는 창업자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직관과 분석능력이 발달했습니다. 그리고 치고 나가는 속도가 빠르며, 큰 그림을 보면서 이를 논리적인 숫자와 언어로 잘 해석, 소통합니다. 피플 스킬,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나쁘지 않고, 대부분의 영역에 낙제과목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성취 지향적이고 이 섹터에 가장 열정적인 사람들 중 하나이며, 명확한 피드백 기반의 팀 관리를 한다는 의견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치고 나간 뒤를 디테일하게 챙겨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질문과 문답법을 통해 한번 더 점검하고 확신을 심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약간 급한 측면이 있어 페이스메이커 혹은 같이 부스팅시켜 줄 수 있는 팀원이 필요하고 숫자와 언어로 잘 해석하고 소통하지만 개발언어로 하는 시스템 쪽 의사결정을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피플 스킬이 나쁘지 않지만 또 너무 공식적인 측면이 있어서 “군대식의 빨간펜 선생님” 같다는 피드백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팀 분위기를 편한 엄마, 여동생처럼 보듬어 줄 사람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람을 발굴하고 머무르게 하는 시스템과 신뢰, 비전일 것이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해 봅니다.
이 외에도 많은 배움들이 있지만, 다음 기회에 조금 더 적어보겠습니다.
창업은, 이전에 경험했다 해도 늘 간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전의 경험들을 너무 신봉해서도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늘 많은 데이터를 부지런히 소화하여 인사이트까지 끌어내고, 팀과 리더의 맨파워를 키워 시스테믹한 비즈니스 밸류 체인을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해야 겠다. 무엇보다, 고객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합니다.
앞으로 2분기 시그널의 미션은, 유료화라는 작살을 한번 준비해보는 것인데요.
아직 이 작살을 꺼낼 시기인지도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내부적인 데이터로는 우리는 커플 캘린더라는 뜰채와 유료화라는 작살을 동시에 꺼내도 된다고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타임트리라는 선발주자가 이미 검증하고 다져놓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2분기의 베스펙스도 기대해 주시고, 다시한번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