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은 기술 트렌드를 주인공으로 전문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장은 아닙니다. 필자는 AI 전문 개발자가 아닌, 세상의 흐름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현재 펨테크 산업이 위치한 시대의 흐름을 톺아보고자 하는데요.
결국, 이 장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AI 시대에 ‘어디에서 돈이 남고, 어디에서 승부가 나는지’를 독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들고, 다음 장에서 왜 펨테크 산업이 이 시대의 주인공인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1.1 떠들썩한 AGI 경쟁은 왜 대부분의 기업에게 의미가 없는가
AI 시대에 가장 빨리 뉴스에 뜨는 건 Gemini와 ChatGPT의 경쟁, AGI가 우리의 직업을 언제 다 빼앗아갈 것인가 하는 등의 이슈들입니다.
이 시점에서 먼저 질문 하나부터 던져보고 싶은데요.
AGI가 완성되고 AI 시대로 접어들 수록, 과연 누가 돈을 벌게 될까요?
‘가장 똑똑한 AGI, 모델을 만든 회사 혹은 이를 활용하는 회사’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AGI와 ChatGPT같은 범용 API는 소수의 빅테크와 자본 집약적 기업의 영역인데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업에게 이 전장은 승부처가 아니라 관람석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대부분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우리의 전장은 확실히 이쪽이 아닙니다.
AGI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AGI는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이길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AGI가 보편화되는 시대에, 대부분의 기업은 어디에서 경쟁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모두가 같은 지능을 쓰게 되는 시대일수록, 승부는 지능이 아니라 ‘서비스 구조’에서 갈립니다.
마치 고속도로가 깔린 이후, 도로를 누가 만들었느냐보다 마지막 1km, 라스트마일을 누가 장악했느냐가 물류 기업의 성패를 갈랐던 것과 같습니다.
바로, AI의 라스트마일,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이터를 독점하는 Vertical Full-Stack Service입니다.
왜일까요? 우선 다음 파트부터 짚고 넘어가 봅시다.
1.2 AI 산업의 세 가지 요소: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가
AI 산업은 흔히 세 가지 요소로 설명됩니다. Data, Algorithm, Compute.
그러나 이 세 요소가 만들어내는 경쟁력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
Algorithm은 빠르게 범용화되고 있습니다. 공개 모델과 상용 API 간 성능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알고리즘 자체는 더 이상 지속적인 해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Figure 1-1.] Model Performance의 Convergence
•
Compute는 비용 하락과 함께 자본 게임이 되었습니다. 대규모 연산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유리한 구조이며, 이는 스타트업이 구조적 우위를 만들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Figure 1-2.] 점점 더 많은 Compute Lab에 연 3배씩 쏟아넣고 있다.
•
그 결과, 장기적인 Value Capture는 자연스럽게 Data, 그중에서도 특정 산업에서만 생성되는 Vertical Proprietary Data로 이동합니다.
[Figure 1-3. AI Value Capture Shift] As algorithms commoditize and compute costs decline, long-term value capture concentrates in vertical proprietary data.
1.3 Data라고 다 해자는 아니다 : Open Domain말고 Vertical Domain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져봅니다.
데이터가 핵심인 건 알겠고, 왜 Vertical 섹터에서 나오는 독점 데이터일까요?
Open Domain 데이터는 접근성이 높은 만큼, 차별성도 낮습니다. 누구나 같은 데이터를, 거의 같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Vertical Domain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다릅니다. 접근이 제한되고, 맥락과 결과가 함께 축적됩니다.
[Table 1-1] Open Domain Data vs Proprietary Data
구분 | Open Domain | Vertical Proprietary |
접근성 | 매우 높음 | 제한적 |
생성 방식 | 수집·크롤링 | 서비스 사용의 부산물 |
맥락 | 약함 | 강함 |
AI 학습 가치 | 일반화 | 의사결정 특화 |
이제 질문을 하나 더.
이런 데이터는 어디에서 생길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데이터는 ‘수집’이 아니라 ‘사용’에서 생깁니다.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쓰지 않는다면, 의미 있는 데이터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Figure 1-4] Service–Data–AI Virtuous Cycle : Service → Data → AI → Better Service → 반복
이 구조를 만들지 못한 AI 서비스는 결국 기능 소개 페이지에 머물게 됩니다. 반대로 이 구조를 만든 서비스는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를 강화합니다.
결국, Service가 Data를 만들고, Data가 다시 Service를 강화합니다.
이 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Tesla, Stripe, Palantir인데요.
Tesla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고, Stripe는 결제 회사가 아닙니다. Palantir도 분석 툴 회사가 아닙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이들 기업을 돌리는 목적이자 핵심 자산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자신들의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만 생성되는 독점적 데이터라는 것이죠.
[Figure 1-5] Vertical한 주행 데이터로 경쟁하는 Tesla
그럼, 헬스케어 섹터에서는 누가 Tesla, Stripe, Palantir가 될 수 있을까요?
1.4 헬스케어 섹터의 권력, 데이터의 생산지 이동
권력이 이동하다 : Hospital → Consumer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AI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사용을 통해 만들어진 버티컬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헬스케어 데이터는 지금 ‘생산지’가 바뀌는 중요한 권력의 이동시점입니다. 바로 병원에서 소비자로 말이죠.
•
병원 데이터는 고비용·저빈도·사후적 데이터입니다.
•
반면 홈, 웨어러블, 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저비용·고빈도·실시간 데이터입니다.
Hospital (Low Frequency) → Consumer (High Frequency)
[Figure 1-3] Data Gravity Shift in Healthcare
이 변화의 의미는 명확합니다.
소비자 접점을 가진 서비스가, 헬스케어 AI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해집니다.
1.5 AI가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행동이다
Data를 만들지 못하는 서비스의 공통점
여기서 다시 질문을 하나 던져봅니다.
왜 많은 헬스케어 AI 서비스는 데이터를 충분히 모으지 못할까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사람은 ‘건강’을 원하지만, 건강을 위해 매일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많은 서비스들이 쓰는 동기부여 요소들이 있죠.
•
Invasive: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와야 하고
◦
ex. CGM, 캐시워크
•
Social Context: ‘눈치, 강제, 과시’ 같은 사회적 맥락이 있어야 하며
◦
ex. PT, 인아웃
•
Gamification: 행동을 지속시킬 보상 구조가 필요합니다.
◦
ex. ADHD DTx
대표적으로 또 테슬라의 예시를 들어 봅시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AI Software를 만들기 위한 Vertical Data를 수집할 하드웨어 쉘로 보았고, 이를 아주 잘 판매했습니다.
바로 위의 동기부여 요소 중 Social Context를 활용해서 말이죠. 테슬라는 초기에, 깨어 있는 실리콘밸리 테크 가이의 이미지를 아주 잘 판 케이스에 속합니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1000만대의 자동차들이 테슬라의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수집해주고 있죠.
결국, 데이터를 충분히 모을 만한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조건을 만족할 때만, Service → Data → AI → Service라는 학습 루프가 수월하게 만들어집니다.
1.6 Operation Vacation
AI 기업이 도달해야 할 상태
이 선순환이 충분히 축적되면, AI 서비스는 특정 상태에 도달합니다. 설명을 돕기 위해 테슬라 오토파일럿(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끌었던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가 ‘작전명 휴가가기(Operation Vacation)’로 명명한 프로젝트의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Operation/Operational Vacation이라 부릅니다.
Human-driven → Data-driven → Model-driven
[Figure 1-5] Operational Vacation 상태
Operation Vacation 프로젝트가 말하는 최종 상태는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태가 아닙니다. 사람이 모든 판단을 직접 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스스로 학습하고 개선되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기능이나 포인트 솔루션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측정–해석–행동–결과가 연결된 Full-Stack 구조가 필수적입니다.
1.7 소결: AI 시대, 헬스케어 시장의 승부처는 이미 이동했다
이 장의 결론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AI 시대의 승부처는 데이터 센터나 알고리즘이 아니라,
Vertical Full-Stack Data를 만들어내는 서비스입니다.
또한,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병원이 아닌 소비자 접점을 독점해
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결국 시대의 승기를 가질 것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왜 Femtech가 이렇게 흘러가는 AI 시대에 가장 Next Big thing이 될 가능성이 높은지 살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