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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Interlude : Femtech 1.0이 남긴 오해들 (1)

우리가 잘못 물어왔던 질문들에 대하여

시장은 종종 틀린 질문 때문에 길을 잃습니다.
Femtech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Femtech를 둘러싼 논의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몇 가지 질문이 있었는데요. 그 질문들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시장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보다는 제자리에서 맴돌게 만들었습니다.
이 짧은 장은 Femtech 1.0이 남긴 대표적인 오해들을 정리하기 위한 Interlude로, 쉬어가는 타이밍을 가져볼까 합니다. 본격적인 해답에 들어가기 전에,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먼저 분명히 해두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오해 1. “여성 건강 시장은 아직 너무 이르다”

이 오해는 가장 흔했고, 가장 오래 반복되었습니다. 시장이 작아 보인다는 이유로, 혹은 아직 명확한 승자가 없다는 이유로 Femtech는 종종 ‘미래의 시장’으로 분류되었죠. 그러나 이 판단은 여러 조사 결과와 일관되지 않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여성은 헬스케어 관련 구매와 선택 과정에서 주요 의사결정자(primary decision-maker)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병원 선택, 치료 옵션 결정, 보험 상품 비교와 같은 핵심 의사결정 영역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과반을 넘는다는 결과는 다양한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Deloitte Health Care Consumer Survey; McKinsey Global Institute; Harvard Business Review 종합)
Figure I-1. Women as Primary Healthcare Decision-Makers (U.S.)
20-55 헬스케어 시장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지불하는 비용이 약 48.3% 높은 구매 결정자
연령별 헬스케어 시장 지불 비용 (보라색 : 여성, 하늘색 : 남성)
지출 구조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여성 헬스케어 관련 지출은 지난 10년간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성장률과 유사하거나 더 높은 속도로 증가해 왔죠. 이는 수요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음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시장의 성숙도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Femtech로 정의했는가였습니다. 월경 앱만 Femtech로 묶고, 재생산 건강은 의료 시장으로, 폐경은 웰니스로 흩어놓은 결과, 시장은 실제보다 작게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장이 이르렀기 때문에 성장이 더뎠던 것이 아닙니다.
시장을 작게 정의했기 때문에, 작게 측정되었을 뿐입니다.

오해 2. “정보만 잘 주면 행동은 따라온다”

Femtech 1.0의 많은 서비스는 ‘알려주기’에 집중했습니다. 주기를 설명하고, 증상을 정리하고, 권장 사항을 전달했죠. 하지만 행동은 쉽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헬스케어 앱 전반의 평균 수치는 이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30일 리텐션은 20% 이하, 90일 리텐션은 10% 미만으로 나타나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App Annie / data.ai; Sensor Tower, Digital Health Benchmarks 종합)
Figure I-2. Health App Retention Decay (Benchmark) Rapid drop-off after initial usage is consistently observed across digital health categories.
웨어러블 헬스케어 유니콘 FitBit의 IPO S-1 문서에서도 Retention의 우려 언급
이는 사용자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고, 헬스케어 전반에 존재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것이 일상 속에서 반복적인 행동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드물기도 하고요.
그리고, Femtech는 사실 이런 리텐션을 잡기에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습니다. 호르몬 주기가 늘 주기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주기 트레킹 이외의 표준 플레이어들이 메이저로 올라오지 못하고 이 모바일 헬스케어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외에 행동을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해 3. “여성 혼자 관리하면 된다”

재생산 건강, 성 건강, 임신 준비는 오랫동안 개인의 문제로 다뤄졌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제품은 여성을 단독 사용자로 상정했으나, 그러나 현실의 데이터는 이 가정을 부정합니다.
난임 사례의 상당 부분에서 남성 요인이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은 다양한 공공·의학 기관에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는 재생산 건강이 개인 단위가 아니라 관계 단위에서 관리될 수밖에 없는 영역임을 시사합니다. (WHO; CDC; ASRM 종합)
Figure I-3. Distribution of Infertility Factors
Female, Male, Combined, and Unexplained factors consistently reported across studies.
NICHD에 따르면 난임 원인은 남성·여성·(복합/원인불명)이 각각 대략 1/3 수준으로 분포
개인 중심 설계는 실행 실패로 이어집니다. 행동은 혼자 할 때보다 관계 속에서 더 오래 유지되고, 데이터의 맥락 역시 커플 단위에서 더 명확해집니다. Femtech의 많은 영역은 애초에 혼자 관리하도록 설계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오해 4. “프라이버시는 나중에 해결해도 된다”

많은 디지털 서비스는 성장 초기 데이터 수집을 우선하고, 프라이버시는 확장 이후의 과제로 미뤄왔습니다. 그러나 Femtech에서는 이 접근이 반복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여성 건강 앱과 관련된 프라이버시 이슈는 규제 리스크를 넘어, 사용자 신뢰 하락과 서비스 이탈로 직결되는 사례가 누적되어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FTC Privacy Enforcement Actions; Public settlement cases, 2021–2023)
Figure I-4. Impact of Privacy Incidents on User Trust
Privacy-related controversies are followed by measurable user churn and brand trust decline. (※ 상대적 영향 지수(Relative Index)로, Recorded Future·FTC 집행 사례 종합 분석에 근거한 시각화)
프라이버시 사건의 1차 피해는 벌금이 아니라 신뢰다. 신뢰가 무너지면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닫힌다.
Femtech에서 프라이버시는 규제 대응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곧 데이터 활용 가능성을 결정하는 전제 조건입니다. 신뢰를 잃은 데이터는, 아무리 많아도 자산이 되지 못합니다.

오해 5. “Femtech는 임팩트지만, 비즈니스는 어렵다”

마지막 오해는 가장 치명적입니다. Femtech를 ‘의미 있는 시장’과 ‘돈이 되는 시장’으로 나누는 이분법입니다. 이 구분은 수많은 잘못된 판단을 낳았습니다.
시장은 이미 다른 답을 내놓고 있는데요. 재생산 건강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은 진단·의료·코칭을 결합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밸류에이션에 도달했습니다.
또한, 지난 10년간 시장 내 전체 회사의 밸류는 28배 성장했으며, 사람들이 상당한 규모로 인지하고 있는 자동차, 에너지 산업, 우주 산업과 규모를 함께합니다. (Maven, Kindbody, Progyny, FertilityIQ)
Figure I-5. Femtech 시장도 더불어, 10년간 28배 성장
최근 10년간 모두 나온 9개의 유니콘. 그 중 3개의 상장사, 28배 성장한 전체 기업가치, 2027년 말에는 업계 전체가 1조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 예상.
단기간에 표준 플레이어를 만들면서, 연 14%씩 성장하며 산업성장기 초입에 막 들어선 투자 적기의 시장
10년간 디지털 헬스케어의 하위 시장으로 전체 기업가치가 28배 이상 성장해왔음
임팩트와 수익성은 충돌하지 않습니다.
다만, 결과를 만들지 못한 임팩트는 비즈니스가 되지 못할 뿐입니다.

소결: 버려야 다음으로 갈 수 있다

Femtech 2.0은 새로운 기술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래된 질문들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합니다.
•
시장이 이르다는 생각을 버리고
•
정보만으로 충분하다는 믿음을 버리고
•
개인 중심 설계를 버리고
•
프라이버시를 부차적 문제로 취급하는 태도를 버리고
•
임팩트와 비즈니스를 분리하는 관점을 버릴 때
비로소 다음 장의 질문이 가능해지죠.
그렇다면, 이 정리된 시장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요?